잡설
-
징크스잡설 2024. 9. 14. 15:01
징크스 하나쯤은 다들 있지 않아? 요전에 술자리에서 누군가 던진 말에 하나둘 자기가 가진 징크스를 고백했던 적이 있다. 그때 나왔던 징크스라는 게 한국에서 대학 입시를 거친 이들 대부분이 갖는 진부한 내용들이었는데 따져보면 수험생들의 불안한 심리에서 싹튼 미신에 가까운 듯했다. 많은 이들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머리를 자르거나 손발톱을 자르지 않는 징크스가 있었고, 특이한 것으로 숫자 4를 보면 반드시 7을 찾아서 봐야 불운이 오지 않는다는 징크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릴 때 담배에 불을 붙이면 기다리는 버스가 온다는 징크스도 있었다. 버스정류장 담배 징크스는 나도 담배를 끊기 전까지 꽤 잘 들어맞던 징크스였다. 몇 가지 더 들었는데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는 것을 보면 다른 징크스들도 그저 평범했던 것 ..
-
깍두기잡설 2023. 12. 19. 11:44
“엄마가 깍두기 담갔어. 가져가서 먹어.”누나가 주방에서 뭔가를 챙겨 오며 말한다. “잠깐 제정신 들었을때 담가서 맛있어.” 아버지가 농담을 던지신다.“내가 언젠 뭐 제정신 아닌가?”어머니가 웃으며 아버지의 농을 받으신다.가족 모두 웃음이 터진다. 중증 치매를 앓고 계신 어머니는 왕년에 음식 솜씨 좋기로 주변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은 분이셨다. 지금은 어머니 기억에서 ‘왕년의’ 레시피는 대부분 사라져 버렸고 심지어 집안에 음식이 눈에 띄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큰 냄비에 한데 섞어 끓여서 모두 못쓰게 만들어 버리곤 하시니 어머니가 제대로 만드신 깍두기는 우리 가족에게 귀한 음식이다. 평소에 누나가 음식을 싸주려 하면 어차피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린다며 한사코 거절하는 내게 누나는 ‘엄마가 담갔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