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_ 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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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에서 하늘을 보다.잡설 _ 배회 2024. 9. 25. 14:25
집을 나서며 올려다본 하늘이 쾌청하다. 요즘 하늘이 참 좋다. 40도 가까이 데워내는 날씨가 여름을 끝끝내 붙들고 있을 것 같더니 그래도 가을이 오긴 오나 보다. 오늘은 종로에서 일정이 있는 김에 창경궁에 가보기로 했다. 어릴 적 그곳은 창경원이었다. 모두의 삶이 퍽퍽하던 꼬맹이 시절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날 창경원에 가는 것은 가족에게 대단한 이벤트였고 동네 골목길에서는 창경원에 다녀온 것이 꽤나 자랑거리였다. 구체적으로 그곳의 모습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오래된 가족 앨범에 빵모자를 쓴 누나와 내가 커다란 코끼리를 등뒤에 두고 잔뜩 상기된 표정과 어색한 차렷자세를 하고 있는 사진에 나오는 그 코끼리가 당시 유명했다던 창경원 코끼리일 것으로 짐작한다.어느 날 창경원은 문을 닫아버렸고 그 소식을 들은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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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2024잡설 _ 배회 2024. 9. 6. 13:00
아침이른 아침부터 햇살이 암막커튼의 열어둔 틈 사이를 격하게 밀고 들어온다. 막 6시가 된 꼭두새벽의 바다가 궁금해 틈사이로 소심하게 내다본다. 어딘가에 갓 떠오르고 있을 해가 비추고 있는 남해의 하늘이 벌써부터 훤하다. 훤한 하늘 밑 바다가 고요하다. 숙소 앞에 정박해 있는 예닐곱 대의 요트가 보이고 저만치 방파제가 있고, 더 멀리 드문드문 섬들이다. 해가 덜 떠서일까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데도 아직 바다에 윤슬이 없다. 창밖 풍경 모든 것이 멈춰있고 고요하니 잘 찍어둔 사진 같다.암막 커튼을 열어젖히고 침대에서 빈둥거리다가 양치와 세수만 하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챙겨 숙소를 나섰다. 해변까지 다녀올 요량으로 나선 이른 아침 산책길이 벌써부터 뜨끈하다. 바다를 향해 나있는 숙소의 창을 모두 열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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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잡설 _ 배회 2024. 9. 5. 23:59
도쿄에 오다업무차 도쿄에 왔다. 코로나의 습격을 한두해 앞서 왔던 기억이 마지막이니 적어도 오륙 년 만에 찾은 것 같다.사실 지금보다 열 몇 살쯤 젊었던 때 잠시 도쿄에 살았던 적도 있고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여러 차례 출장을 오곤 했는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방사능의 께름칙 함에 개인적으로 몇 가지 다른 이유들을 얹어 웬만하면 일본에 오는 일정을 잡지 않았었다. 그러니 실제로도, 심정적으로도, 참 오랜만이다. 글쓰기최근에 글을 좀 습관적으로 써볼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좀처럼 시작이 쉽지 않아 이런저런 고민이 많이 있었다. 어떤 글을 쓸까에 대한 고민부터 막상 이런 글을 쓰자라고 결심을 세우고 보면 이미 그런 글들이 세상에 널려 있어 내가 쓰려는 글들은 쓰이기도 전에 더없이 초라해 보이곤 했다.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