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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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브런치에서 2024. 9. 9. 15:00
왼손잡이는 머리가 좋아. 어릴 적에 수없이 들어왔던 말이다. 내가 왼손잡이임을 처음 알게 된 어른들이 굳이 여느 아이들과 다른 내 행동을 확인하고는 서로 머쓱해질까 봐 혼잣말처럼 내게 건네곤 했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내 머리가 나빴던 것 같지는 않은데 그게 왼손잡이여서인지 그냥 내 머리가 괜찮은 편이었던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아무튼 대부분 어른들이 첫 만남에서 내가 왼손잡이임을 한 번씩 상기시켰던 것을 보면 그 시절 왼손잡이 아이는 유별나 보이긴 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왼손과 오른손을 구별 못하는 친구들이 반에 몇몇 있었다. 나는 다행히 훨씬 어릴 적부터 주변의 가깝지 않은 어른들에 의해 왼손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받아 왔기에 왼손과 오른손을 구별할 수 있었다.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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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브런치에서 2023. 9. 5. 13:04
자동차는 좋아하는데 운전하기는 싫다. 조금 모순덩어리 같지만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경치 좋고 쾌적한 곳에서 너무 길지 않게 하는 운전이야 싫어할 이유가 없다만 서울 같은 큰 도시를 돌아다닐 때는 웬만해서는 운전을 피하려 한다. 아무래도 도시 지역이라 길이 복잡하고 붐벼 운전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고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야 할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런 때의 운전은 내게 겹겹이 스트레스일 뿐이다. 그래서 가지고 다녀야 할 짐이 많은 경우나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는 경우와 같이 차를 가져가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때를 제외하고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다니는 편이다. 대중교통 중에서는 지하철을 가장 좋아한다. 꽤나 촘촘한 수도권의 지하철 노선 덕에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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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브런치에서 2023. 8. 25. 21:46
남해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대학원 시절이었다. 이전까지 내 머릿속 남해는 초등학교 때 사회 교과서에서 보았던 '육지와 섬을 다리로 연결해서 이제는 섬사람들도 육지에 공동 생활권 어쩌고 저쩌고' 류의, 발전한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마지않는 글과 함께 실린 남해대교의 사진이 전부였다. 사실 우리나라에 남해라는 지역이 있다는 사실도 잊고 지내다시피 했다. 남해는 남해바다일 뿐. 휴가철 한껏 들떠있는 세상을 등지고 관악산 중턱의 도서관에 스스로 갇혀 지내던 시절, 함께 공부하던 친구와 점심을 먹고 나른한 기운에 무엇인가에 홀린 듯 충동적으로 목적지도 없이 떠난 여행에서 그곳 남해를 처음 찾았다. 그때 남해에는 갓 공사를 마친 스포츠파크가 있었고, 여름휴가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한적한 바다가..